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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응급처치(진료·상담·입원)’도 빈틈없어야
 
이순표   기사입력  2019/05/15 [08:56]

 

늘어나는 정신응급 환자

경향신문


우울증·불안장애 등으로 고생

중증외상 환자보다 상대적 소외

다른 질환보다 입원 절차 복잡

‘사회안전망’ 적절한 도움 받게

응급실 역할 강화 반드시 필요


응급실은 응급수술이나 중환자 치료가 필요한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환자뿐만 아니라 정신과적인 문제를 가진 환자도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자살시도자, 알코올중독, 조현병, 우울증, 불안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오늘도 응급실을 방문하고 있다. 하지만 응급실이라는 공간은 정신응급 환자들에게 잘 준비돼 있을까?

경향신문

정신응급은 정신과적인 문제로 본인 혹은 타인에게 해를 가할 위험이 있는 환자를 말하고, 대표적으로 자살시도자가 그 예이다. 이런 정신응급 환자가 자신이나 타인에게 아직 위해를 가하지 않았고, 단지 위험성만 있는 상태라면 어떨까? 당장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심정지 환자나, 골든타임 내에 응급수술을 받아야 하는 중증외상 환자보다 응급환자로서의 중요성이 떨어져 보인다. 그러나 적절한 정신과적인 진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중증외상 환자로 다시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외래 진료실에서 이루어지는 상담과 달리 정신응급 환자 진료는 복잡한 응급실 공간에서 24시간 365일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고, 동시에 내과적인 질환이나 외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이러한 환자는 응급의학이나 정신과에서도 상대적으로 소외된 분야로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응급실에서의 진료 후 더 큰 난관을 맞게 된다. 다른 내·외과적 질환과 달리 자의입원, 보호입원, 응급입원, 행정입원 중에 하나를 통해 입원해야 하는 것이다. 자의입원은 다른 질환처럼 병실을 잡고 입원하면 된다. 하지만 환자 본인은 입원을 완강히 거부하나 입원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문제이다. 보호입원을 위해서는 보호자 2인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이러한 절차를 적용하기가 만만치 않다. 물론 적극 협력해주는 가족도 많지만, 가족을 어렵사리 수소문해 전화를 연결해도, ‘우리 가족과는 연락을 끊은 지 오래이니 병원에서 알아서 해결하라’는 통보를 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또 부친은 입원을 동의하나 모친이 거부하면 가족회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행정입원은 보호자가 아닌 지자체장이 입원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지자체장에게 진단 및 보호 신청을 하고, 지자체장이 전문의에게 의뢰를 해서 해당 전문의가 지자체장에게 결과를 통보해 최종 결정되면, 지자체장이 지정한 정신전문의료기관으로만 입원해야 한다. 길고 긴 행정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응급입원은 좀 더 신속히 정신응급환자의 입원을 진행할 수 있으나,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가 필요하다. 119 구급대를 통해 이송됐다면, 응급실 의사는 경찰부터 수소문해서 해당 내용을 경찰과 공유하고 경찰과 함께 행정서류를 꾸며야 한다.

토요일 밤을 넘겨 새벽 2시에 자살시도자가 119를 통해 응급실을 방문했다고 가정해보자. 응급의학과 의사가 초기 외상처치를 끝내고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통해 입원이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환자가 입원을 거부한다면 그 시간에 다른 가족을 찾아서 보호자 2명을 구성하거나, 지자체장에게 신고해서 허락을 받거나 함께 행정 서식을 꾸며나갈 경찰을 구해야 한다. 이게 생각만큼 쉬운 작업일까? 이 작업이 만약에 실패한다면, 환자는 향후 발생할 위험의 민형사상 책임을 의학적 권고를 거부한 본인이 지는 것으로 동의서에 서명하고 자의 퇴원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정신응급환자는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응급실의 역할을 생각할 때 응급실에서 적절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환자군이다. 또한 사회가 발전하면서 그 수가 증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환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인식 변화 및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처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응급실의 역할 강화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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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15 [08:56]  최종편집: ⓒ 정책평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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