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도적 지원’에 무반응… 韓·美 대화 복원 노력 영향 주나

서정태 기자 | 기사입력 2019/05/20 [08:38]

北 ‘인도적 지원’에 무반응… 韓·美 대화 복원 노력 영향 주나

서정태 기자 | 입력 : 2019/05/20 [08:38]

 

北, 기업인 방북 허용 등 이틀째 ‘침묵’/ 한·미·일 안보회의 개최 비난 목청/ “한반도 평화 깨려는 군사적 모의판”/ 노동신문 “적대분자들 엄벌 해야”/ 식량난 속 내부 통제 강화 움직임/ EU “인도적 지원 핵 문제와는 별개”

세계일보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추진과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방북 허용으로 최근 경색 국면이었던 한반도 정세가 변화할 여지를 갖게 됐다. 하지만 북한은 지원 추진 방침과 기업인 방북 허용이 알려진 지 이틀 후인 19일까지도 이와 관련된 반응이 아닌 대남 비판 메시지만 내놓고 있다.

이날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 ‘조선의오늘’은 지난 9일 서울에서 열린 제11차 한·미·일 안보회의(DTT) 개최 사실을 거론하며 “조선반도(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려는 불순한 군사적 모의판”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외세와의 공조 놀음이 초래할 것은 정세악화와 전쟁위기의 고조뿐”이라며 “남조선 당국은 모든 문제를 반드시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풀어나가려는 자세와 입장부터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DTT는 한·미·일 3국의 고위급 외교·안보 당국자들이 참석하는 연례 협의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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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가뭄 갈수록 확산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이 기상위성 사진을 토대로 분석한 한반도의 최근 ‘가뭄지수’ 분포도. 가뭄의 정도에 따라 ‘중간’ 단계는 노란색, ‘높음’ 단계는 빨간색, ‘심각’ 단계는 검붉은색으로 표시됐다. 왼쪽부터 4월 마지막 주, 5월 첫째 주, 5월 둘째 주 분포도로,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의 가뭄이 확산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소리(VOA)방송 제공


정부는 지난 17일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달러(약 95억6400만원) 규모의 대북 지원을 재추진하고, 개성공단 시설 점검을 위한 입주 기업인 방북을 허용키로 결정했다. 경제적 완화정책을 통해 북·미 대화 동력을 다시 살리겠다는 의지가 투영된 결정으로 해석됐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18일 일본 방문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성공단에 입주한 중소기업들의 가냘픈 희망과 같은 것들이 시작되는 것”이라며 개성공단 기업들에 대한 지원 의지를 드러냈다.

인도적 지원에 대한 북한의 긍정적 반응이 장기간 나오지 않으면, 대화의 불씨를 살리려는 한·미 양국의 노력은 퇴색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개성공단 방북 허용은 지난 8∼11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한·미 워킹그룹에서 조율을 통해 도출된 사안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미국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17일(현지시간) 우리 정부의 인도적 지원 결정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밝혀 이번 사안이 한·미 간에 합의된 내용임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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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인도적 지원 방침에 아랑곳하지 않고 ‘법적 통제 강화’의 중요성을 내세우며 내부 결속에 나서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국가사회생활에서 법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요구’라는 제목의 논설을 통해 “적대분자들을 엄하게 다스리고 온갖 불건전하고 이색적인 현상들에 대한 법적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인민 대중 중심의 우리 식 사회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절박한 요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지속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민심이 흐트러진 데 이어 식량난까지 겹치자 내부의 결속을 강화하려는 북한의 행보로 풀이된다.

한편 유럽연합(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대외관계청(EEAS) 아담 카즈노스키 공보관은 17일 “(대북) 인도적 지원은 핵 문제와는 별개”라며 “북한에 부과된 국제 제재에 ‘예외’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 수년간 EU가 북한의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긴급 인도적 지원을 해왔다”며 홍수나 가뭄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2016∼2018년 모두 70만유로(약 9억3000만원)를 제공했다고 소개했다. EU는 2006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결의를 채택한 이후로 모든 대북제재를 EU와 회원국 법규에 적용해 이행하고 있다. 2016년 5월과 2017년 10월엔 독자 대북제재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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