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념식’ 文연설 후폭풍… "분열 조장" vs "독재자 후예 자인"

서정태 기자 | 기사입력 2019/05/20 [08:58]

‘5·18기념식’ 文연설 후폭풍… "분열 조장" vs "독재자 후예 자인"

서정태 기자 | 입력 : 2019/05/20 [08:58]

 

민경욱 “생각해보니 반쪽 대통령 모습/ 김정숙 여사, 황 대표 악수 않고 지나쳐/ 남북화합 이전 남남화합 먼저 이루길”/ 조국, 文 발의 개헌안 중 헌법전문 게재/ 5·18정신 헌법 반영 필요성 거듭 강조/ 황교안 “광주 자주 찾아 상처받은 분 위로”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광주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희생자 안종필의 묘역에서 울고 있는 어머니 이정임씨를 위로하고 있다.


여야는 19일 제39주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끝난 이후에도 이틀째 치열한 공방을 계속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5·18기념사에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발언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문 대통령이 사회 통합은커녕 분열을 조장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문 대통령의 기념사에 대해 “저는 저의 길을 갈 것”이라고 에둘러 반박했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19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문 대통령이 5·18연설에서 이른바 망언을 언급하면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망언이라고 했다”며 통합의 메시지가 아니라고 오히려 비판했다. 특히 민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악수한 뒤 황 대표에게는 악수를 청하지 않은 채 황 대표 얼굴만 뻔히 쳐다보고 넘어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에게 악수를 청했다며 “고의적으로 악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도 공손하게 악수했던 김정숙 영부인께서 황 대표에게는 왜 악수를 청하지 않고 뻔히 얼굴을 지나쳤을까요”라며 “남북화합 이전에 남남화합을 먼저 이루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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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5·18기념식에서 곤혹을 치른 황 대표는 이날 ‘민생투쟁 대장정’을 위해 제주도를 찾은 길에 기자들과 만나 “시점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기회가 되는 대로 자주 호남을 찾아서, 그리고 광주를 찾아서 상처받은 분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5·18 기념사에 대해서는 “저는 저의 길을 갈 것이고 한국당은 국민 속에서 한국당의 길을 차근차근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 기념사에) 심기가 불편한 자가 있다면 이는 스스로 독재자의 후예임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문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발의한 개헌안 중 헌법 전문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문 대통령이 전날 기념식에서 “헌법 전문에 5·18정신을 담겠다고 한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지 못하는 것이 송구스럽다”고 말한 데 이어 조 수석이 개헌안 전문을 소개하며 5·18정신을 헌법에 반영해야 하는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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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당 정동영(앞줄 오른쪽부터), 바른미래당 손학규, 자유한국당 황교안,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 여야 지도부가 18일 제39주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일각에선 5·18을 둘러싼 정치권의 거센 논란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각각의 지지층 결집을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보수 진영은 광주민주화운동을 흠집냄으로써 보수층 결집을 겨냥하는 반면 진보 진영은 오히려 이를 공격함으로써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한다는 분석이다.

황 대표는 앞서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 도착해 기념식장으로 가는 20분 동안 곳곳에서 시민단체와 시민 100여명으로부터 거센 제지를 받았다. 시민들은 “황교안 물러가라”며 피켓을 던지거나 거칠게 항의했고 경찰 등 경호 인력들과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는 2016년 국무총리 자격으로 5·18기념식에 참석했을 때 홀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았다가 기념식에서는 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황 대표는 이에 대해 “법에 보면 국가기념일에 제창할 수 있는 노래가 정해져 있다. 그 노래 외에 다른 노래를 제창하는 것은 훈령에 맞지 않다”며 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이 기념곡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제창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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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8일 오전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시민들의 항의에 분향을 못 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기념식이 끝난 뒤에도 예정된 추모탑 분향을 하지 못한 채 시민들에 둘러싸였고 경호팀이 쪽문의 울타리인 펜스를 뜯어낸 이후에야 기념식장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이날 기념식에는 황 대표와 민주당 이해찬·바른미래당 손학규·민주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여야 5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일제히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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