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업종 ‘고용 축소’ 사실로…“최저임금 효과 종합 평가를”

김용진 | 기사입력 2019/05/22 [08:52]

취약업종 ‘고용 축소’ 사실로…“최저임금 효과 종합 평가를”

김용진 | 입력 : 2019/05/22 [08:52]

 

노동부, 도소매업 대상 실태조사 결과 공개

서비스업서 두드러져…노동자 간 임금격차 감소 ‘순작용’도

전문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 늦추려면 사회 보장 강화 필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 일부 취약 업종의 고용이 감소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선 2년 연속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소득이 증가하고 임금격차가 감소한 ‘순작용’도 확인됐다. 기대했던 효과와 우려했던 부작용이 현실화된 셈이지만 정부는 최저임금 정책의 궤도 수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21일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토론회를 열고 최저임금 인상이 도·소매업 등 취약 업종의 고용에 미친 영향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간 음식·숙박, 도·소매업 30인 미만 사업장 41곳과 공단 지역 제조업, 자동차 부품업 100인 미만 사업장 53곳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조사(FGI)를 실시했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에 대한 전문가 분석이 엇갈리자 정부가 직접 실태조사에 나선 것이다. 경기 하강 국면에 과당경쟁, 외부 환경의 급변 등으로 경영 어려움이 가중된 취약 업종이 조사 대상이다.

조사결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감축은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에서 두드러졌다. 최저임금 노동자 및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음식·숙박업이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고용이나 노동시간을 줄여 인건비 인상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해당 업종 종사자의 임금 증가율도 최저임금 인상률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주는 고용 감축에 따른 인력 공백을 본인이나 ‘가족 노동’으로 메웠다.

숙련노동자 확보가 어려운 제조업종에서는 고용을 줄이기보다는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경향을 보였다. 공단 내 중소제조업종에서는 일부 고용 감소 사례가 있었지만 노동시간 단축이 더 많이 확인됐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의 경우 고용이 오히려 증가한 기업도 나왔다.

일부 취약 업종의 고용 상황은 악화됐지만 노동자 전반의 임금소득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16.4%, 시간당 7530원)에 따른 임금 분포 변화를 조사한 결과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 임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작년 6월 기준 19.0%였다. 전년 대비 3.3%포인트 감소한 수치로, 조사를 시작한 2008년 이래 이 수치가 20%대 아래로 떨어진 건 처음이다.

임금만으로 분석했을 때 빈부격차의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지난해 0.333으로 전년(0.351) 대비 0.0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2014년 이래 가장 큰 감소폭이다. 노동자를 임금 수준에 따라 10개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임금이 낮은 하위 그룹일수록 시간당 임금·월평균 임금 증가율이 높았다. 소득이 가장 낮은 1·2분위는 최저임금 인상률 이상으로 시간당 임금이 증가했다.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순효과와 부작용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임금격차 해소의 편익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까지 고용이 줄어드는 부분을 감내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의 순효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감소’가 사회적 문제로 두드러지면서 내년도 심의에서는 최저임금 인상폭이 상당히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은 물론 정부·여당 주요 인사들이 이미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언급하고 있다.

토론에 참여한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최저임금이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보장 수준이 낮을수록 임금소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추려면 사회보장을 강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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