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큐!] 시진핑 '희토류 카드' 제대로 통할까

오준 | 기사입력 2019/05/27 [07:49]

[주말 큐!] 시진핑 '희토류 카드' 제대로 통할까

오준 | 입력 : 2019/05/27 [07:49]

희토류, 첨단 산업 등에 사용되는 핵심 원료 
미국, 전체 사용량의 80% 중국산에 의존 
"미국에 타격 클 것" vs "영향 적을 것" 논란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되면서 양국이 관세 보복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희토류 수입 제한 카드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이 중국 수입제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조치로 대중(對中) 압박 수위를 높이자 중국이 최후의 수단으로 희토류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희토류는 미국 산업 기술과 국방 시스템 장비에 사용되는 핵심 원재료다. 미국은 전체 희토류 사용량의 80%를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이 상황에서 대미 수출을 중단하면 미국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일보

시진핑(앞줄 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장시성의 희토류 생산업체 진리(金力)를 시찰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의 중국 수석대표 류허(뒤쪽 검은 상의) 부총리가 동행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꺼내들 경우 승자 없는 전쟁으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도 어느 정도 희토류 생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이 예상보다 미국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측 모두 성과 없이 타격만 입고 끝날 수 있다. 

희토류는 화학 원소번호 57~71번에 속하는 15개 원소에 스칸듐·이트륨을 더한 17개 원소다. 이 원소들은 안정성과 열 전도율이 뛰어나고 소량으로도 기기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어 전기차 영구자석과 배터리, LCD 형광체, 디지털카메라 렌즈, 태양전지와 반도체, LED(발광다이오드) 등 제조업 핵심 분야에서 쓰인다. 

◇ 시진핑은 왜 희토류 카드를 꺼내들었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0일 중국 장시성 간저우(贛州)시에 있는 희토류 생산업체 진리영구자석(金力永磁)을 시찰하면서 "희토류는 중요한 전략 자원"이라고 말했다. 간저우는 중국 내 주요 희토류 산지이자 가공 공장이 밀집한 곳이다. 시 주석은 이날 미·중 무역 협상 중국 대표인 류허 부총리도 대동했다. 

이를 두고 언론들은 시 주석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희토류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작심하고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관영 매체는 시 주석의 행보를 과거 중국 최고 지도자 덩샤오핑에 비유하기도 했다. 덩샤오핑은 1992년 남방 시찰 때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 희토류가 있다"며 "석유처럼 매우 중요한 전략적 의의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꺼내든 것은 희토류가 미국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이 언급한대로 중국은 희토류를 중요한 전략적 자원으로 삼을 수 있을 만큼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 중 70.6%인 12만t을 생산했다. 호주가 2만t, 미국이 1만5000t으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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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첫째)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왼쪽 첫째)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참모진과 함께 마주 보고 앉아 있다. 


반면 미국은 2015년 희토류 정련 업체 몰리코가 파산보호신청을 한 뒤 현재 희토류 정련 공장이 한 곳도 없다. 전체 희토류 사용량 중 약 80%를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중국 매체들은 "반도체 산업처럼 희토류 산업도 단기간에 일으킬 수 없다"며 "미국이 희토류 산업 체인을 건설하려면 15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또 중국이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응할 실탄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점도 시 주석이 희토류 카드를 고려하고 있는 이유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2000억달러 규모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한 데 이어 3250억달러 규모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이에 중국은 600억달러 규모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인상하는 조치로 대응했지만 중국이 수입하는 미국산 규모가 절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계속해서 관세 조치를 취하기엔 역부족이다. 

◇ 미국도 ‘방어 카드’는 있다 

시 주석이 간저우 희토류 생산업체를 방문한 바로 다음 날 미국이 중국의 견제에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화학기업 블루라인이 호주 희토류 생산업체 라이너스(Lynas)와 합작기업을 세우고 미국에 희토류 정련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이는 미국도 중국의 희토류 공세에 대비해 자체 생산을 준비해왔다는 것을 의미했다. 

몰리코가 파산보호신청을 한 뒤 미국엔 정련 공장이 한 곳도 없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서 미·중 관계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미국 내 자체 생산력을 기르기 위한 움직임이 인 것으로 분석된다. 

존 블루멘털 블루라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과 전 세계에 안정적으로 희토류를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중국의 희토류 생산 업체를 정조준한 발언이었다. 이 합작기업은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생산 규모가 가장 큰 희토류 업체가 될 전망이다.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공세에 얼마나 대비를 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차례 희토류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은 미국의 경제와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심적인 광물질을 러시아나 중국 같은 경쟁국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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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북부희토류그룹 공장 전경. 중국북부희토류그룹은 중국 최대 희토류 생산 및 정련 업체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이 그룹은 2026년까지 7만8000톤의 희토류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관영 


◇ 희토류 카드, 승자 없는 전쟁…"효과 적을 수도" 

대미 희토류 보복이 미국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쓸 때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광물 금속 컨설팅 전문가인 라이언 캐스틸러는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플랜 B가 더이상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미국은 한마디로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였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미국 CNN은 전문가를 인용, 중국의 조치가 미국 내 희토류 유입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희토류는 추출 및 정제하는 작업이 어려울 뿐 상대적으로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CNN은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희토류 카드로 도박을 하면 판돈을 모두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첨단 군사 장비 제조와 기술 개발에 쓰이는 필수 물질인 희토류를 미·중 무역전쟁 대응 카드로 사용하려면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며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맞서 성급하게 대응하면 오히려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환구시보는 중국산 희토류 대미 수출 금지가 당장은 미국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예상보다 영향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일본과의 영토 분쟁 당시 보복 조치로 대(對)일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다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봤지만 장기적으로 역효과를 본 경험이 있다. 중국은 2010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대립 때 일본에 대한 보복 조치로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다. 초기에 일본 정부는 외교 라인을 동원해 항의·읍소했을 정도로 타격이 컸다. 

그러나 이후 일본은 이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승소했고 희토류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희토류 대체 연구에 나서 중국에 더이상 의존하지 않게 됐다. 

연합신보 사회부 국장으로 다소 활용과
파이낸셜신문 - e중앙뉴스 논설위원으로 많은 작품 기고 하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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