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가 시상대에서 가장 먼저 찾은 '송강호'

이순표 | 기사입력 2019/05/27 [07:52]

봉준호가 시상대에서 가장 먼저 찾은 '송강호'

이순표 | 입력 : 2019/05/27 [07:52]
경향신문

봉준호 감독(오른쪽)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폐막 포토콜에서 배우 송강호에게 무릎을 꿇은 채 상패를 건네고 있다.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저의 동반자 송강호의 소감을 듣고 싶다.” 

25일(현지시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이 팔을 크게 휘두르며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배우 송강호씨다. 

<살인의 추억> 이후 17년간 영화사에 기념비적 작품들을 만들며 성장해온 명콤비의 역사가 영광의 정점에 선 순간이었다. 

잘 묘파된 한국적 일상 위에 사회 비판의 날을 세워온 봉 감독의 작품 세계에서 송씨는 매번 ‘가장 한국인다운 얼굴’로 영화의 중심을 잡아왔다. 지극히 사적인 동기 때문에, 예컨대 살인범을 잡으려다(<살인의 추억>(2003)) 혹은 딸을 구하려다(<괴물>(2006), <설국열차>(2013)) 엉겁결에 사회구조적 문제와 맞닥뜨리게 되는 소시민 송강호 특유의 표정은 ‘봉준호 영화’의 ‘간판’이라 칭할 만하다. 지난 4월 봉 감독이 “송강호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하며 더 과감하고 어려운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말한 대목에서 그의 작품 세계에서 송씨가 지니는 중추적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봉 감독은 7편의 장편 영화 중 무려 4편이나 송씨와 함께했다. 두 사람의 연이 시작된 <살인의 추억>의 캐스팅 비화는 유명하다. 당시 송씨는 이미 ‘스타 배우’였지만, 무명에 가까웠던 봉 감독의 출연 제안을 단번에 수락했다. 단역 배우 시절 영화 <모텔 선인장>(1997) 오디션에서 탈락한 뒤 조감독이었던 봉 감독으로부터 ‘이번에는 캐스팅을 못했지만 언젠가 만나 영화를 만들 수 있길 바란다’는 정성 어린 녹음 메시지를 받았던 것을 기억했기 때문이다. 서로의 ‘진심’에 대한 믿음으로 시작한 인연이 ‘실력’에 대한 신뢰로 굳어진 셈이다. 

서로를 “(송강호는) 작은 동작 하나만으로도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메시” “뭘 해도 다 받아줄 것 같은 예술가의 경지에 오른 이가 봉 감독”이라 평하는 두 사람. 이 콤비의 영화에 유독 호평이 쏟아졌던 것은 두 사람이 구축한 ‘신뢰의 안전망’ 위에서 마음껏 까불고 도전한 결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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