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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들이 만드는 도시 풍경] 독일 베를린 클럽에서 `도시 재생`을 배우다
 
이순표   기사입력  2019/05/27 [07:55]
매일경제

클럽, 공연장으로 변신한 공장 `바르샤우어 슈트라세`.

 


"Berlin means clubs?" 

얼마 전 지역 문화에 대한 연구를 위해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지인이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다. 50대 교수에게 가볼 만한 곳으로 모든 사람이 추천한 곳이 클럽 아니면 클럽 많은 지역이라니 아마 적잖이 당황하셨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베를린에서 울려 퍼지던 음악은 클래식 악기로 연주되는 서양 고전음악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이 주도적 역할을 해오던 베를린 음악 신의 이면에는 현재 가장 동시대적인 사운드라고 할 수 있는 일렉트로닉 뮤직이 왕성하게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DJ와 뮤직 애호가들의 성지로 불리는 베를린에 이처럼 다양한 음악이 공존할 수 있었던 건 베를린 장벽 붕괴로부터 시작한다. 동서를 가로지르던 장벽이 무너지자 동베를린에는 소유주가 불분명한 공간이 많아졌는데 이를 관리하는 책임자나 단체도 없었다. 이때 주로 거리 아티스트(squatter)들이 빈 건물을 무단 점거하는 일명 '스?' 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졌다. 이들은 이 건물들을 사회적 메시지를 표출하는 현란한 그라피티와 함께 작업실을 차리고 전시를 하는 등 점차 대안 문화 공간으로 발전시켰다. 

그 당시 젊은 예술가를 중심으로 옛 규칙을 깨고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가자는 다짐은 이 혼란 속에서 내 삶을 스스로 디자인하겠다는 DIY 문화 운동으로 이어졌다. 베를린에서 인터뷰한 어느 DJ가 베를린의 클럽 신을 '스무 살 대학생과 예순 살 노인이 함께 파티를 하는 곳'으로 정의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베를린! 베를린! 너의 심장은 벽을 모른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종종 마주치던 그라피티 메시지다. 장벽은 무너졌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실제로 무너지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이러한 세대 간 혹은 문화적 갈등을 편견이 아니라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온 베를린은 다른 도시는 갖지 못한 개방성을 지닌 곳으로 변모해갔다. 오갈 데 없어진 가난한 예술가들이 서로 경계를 넘나들며 싹 틔운 거리의 흔적들은 아직도 내 가슴속에 시큰하고 아련한 감정으로 남아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도시 재생 성공 사례로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인위적인 건물 재생과는 공기가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자연스레 스스로. 

규칙을 만들려는 사람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은 베를린은 이제 더 이상 어두운 회색빛 도시가 아닌 창조적 영감으로 가득 찬 도시였다.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전 베를린 시장은 베를린을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라고 했다. 베를린은 여전히 섹시하지만 더 이상 가난하지 않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완전하지 않을 때 완벽한 도시'를 지키려는 신념 또한 강해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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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5/27 [07:55]  최종편집: ⓒ 정책평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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