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검장 “수사권조정, 표만 의식한 검찰 해체"

김석순 | 기사입력 2019/05/27 [07:57]

울산지검장 “수사권조정, 표만 의식한 검찰 해체"

김석순 | 입력 : 2019/05/27 [07:57]

송인택(56‧사법연수원 21기) 울산지검장이 국회의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지금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상정된 검찰개혁 방안은 환부가 아닌 엉뚱한 곳에 손을 대려는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송 지검장은 이날 오후 8시쯤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검찰개혁 건의문’이란 제목의 이메일을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냈다. 그는 건의문에서 "중립성과 공정성 시비 등에서 시작된 개혁논의가 방향성을 잃고 수사권 조정이라는 밥그릇 싸움인 양 흘러가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송 지검장이 보낸 건의문은 A4용지 14장 분량의 장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송 지검장은 "검찰개혁 요구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수사,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수사, 제 식구 감싸기 수사 등에서 비롯됐다"면서 "그 책임이 검사에게 많다는 점에서 부끄러울 때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시비가 공안, 특수, 형사, 공판 중 어느 분야에서 생겼는지, 의혹과 불신을 초래한 사건처리 원인이 무엇인지 충분히 반성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송 지검장은 이어 "작금의 개혁안에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수사를 초래하는 공안과 특수 분야 보고체계와 의사결정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정치 권력 마음에 들지 않는 수사를 하면 인사에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런 개혁안들이 마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인 것처럼 추진되는 것을 지켜보자니 또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 같다"고 했다. 

송 지검장은 패스트트랙 추진 배경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한 명의 억울한 사람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대원칙에 부합해야 할 수사구조 개혁이 엉뚱한 선거제도와 연계시킨 정치적인 거래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했다. 

경찰에 수사권을 무턱대고 이관하는 시도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형사분쟁에 경찰이 아무런 제약 없이 수사를 개시하고, 계좌·통신·주거를 마음껏 뒤지고, 증거가 없이도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거나 언제든지 덮어버려도 책임지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라고 했다. 반면 검사는 책임지고 결론을 내기 때문에 수사단계에서 외부 개입이 적어지고,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아도 되는 등 수사권 제도 자체에 순기능이 많다고 했다. 

이어 그는 "수사권을 어떻게 떼어줄 것인가로 개혁논의가 옮겨간 것은 개혁 대상과 방향을 잃어버린 것"이라며 "표만 의식해서 경찰 주장에 편승한 검찰 해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현재 검찰 권력이 검찰총장, 대검, 법무부 장관, 청와대에 집중되는 구조도 비판했다. 송 지검장은 "민정수석은 권력 핵심이고, 법무부 장관은 정권에 의해 발탁되고 정권에 충성해야만 자리를 보전하는 자리"라면서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 진행 과정과 처리 사항을 왜 일일이 사전보고해야 하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 후보들이 거론될 시점이 되면 누구누구는 충성맹세를 했다는 소문이 돌곤 한다"며 "총장 임면이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라면 태생적으로 코드에 맞는 분이나 정권에 빚을 진 사람이 총장이 되고, 결국 총장은 임명권자 이해와 충돌되는 사건을 지휘할 때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지휘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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