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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몰카 현행범, 당신도 체포할 수 있다.
 
김석순   기사입력  2019/06/12 [07:30]

 

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114]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고되다. 지하철 구내는 퇴근 시간에 맞물려 사람으로 가득하다. 분명 만원일 것임에 틀림없을 지하철을 기다리던 A씨. A씨 눈에 옆줄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30대가 이상해 보인다. 짧은 치마의 여성 뒤쪽에 바짝 다가선 데다 왼손에는 휴대폰이 들려 있다. 잔뜩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게 역력해 보인다. 그런데 휴대폰 방향이 위쪽으로 향해 있고 순간적으로 여성의 치마 밑으로 휴대폰을 집어넣는 게 아닌가? 말로만 듣던 카메라 이용 촬영죄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 아닌가?

그냥 놔두었다가는 불법 사진 촬영이 계속될 테고,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기라도 한다면 나중에 피해 여성이 알게 되었을 때의 수치심은 끔찍하리라. 그런데 A씨는 고민되지 않을 수 없다. 경찰도 아닌데 내가 이 사람을 체포할 수 있는 걸까? 더구나 영장도 없이 말이다. 또 이 사람을 체포한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 사람이 들고 있는 휴대폰을 빼앗아 두는 게 좋을까? 경찰이 현장에 오기 전에 분명히 없애려고 할 텐데.

차례로 따져보자. 먼저 첫 번째 의문의 답은 '체포할 수 있다'다.

특정한 범죄를 지금 바로 눈앞에서 실행하고 있거나 그 범죄행위를 방금 전에 마쳤을 때 그 사람을 현행범이라고 한다.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아직 종료에 이르지 못했거나 그 직후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러한 현행범은 경찰이 아닌 누구라도 체포할 수가 있다. 수사기관이 판사의 영장을 받아 체포할 수 있다는 원칙에 대해 형사소송법(제212조)이 명백한 목전의 범죄에 긴급한 체포의 필요성을 인정해 예외를 허용한 것이라 보면 되겠다.

여성의 치부를 촬영한 남자(B라고 하자)는 현재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를 실행하고 있거나 그 직후임에 틀림없다. 내 눈앞의 현행범에 해당하므로 A는 수사기관이 아닐지라도, 또 영장이 없더라도 B를 체포할 수 있다. 어느 정도의 실력행사도 허용된다. 혼자 힘으로 제압하기 힘들다면 주변 사람들과 힘을 합칠 수도 있다. 나중에 자신의 체포가 불법체포가 아니라 법에 따른 현행범 체포라는 점을 설명할 필요가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을 주변에 알리고 피해자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얻는 게 훨씬 유리하다.

다음으로 현행범 체포 후의 절차 문제다. 형사소송법은 '일반 사인이 현행범인을 체포한 때에는 즉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리에게 인도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제213조 제1항). 현행범 체포를 하느냐 마느냐는 A의 자유이지만 체포를 한 후에는 A 마음대로 풀어줄 수는 없고 되도록이면 빨리 수사기관에 인도해야 한다. B를 제압한 상태에서 112에 신고하여 출동을 요청하는 게 통상적이다. 출동한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경찰의 안내에 따라 범인을 인도하는 절차를 밟으면 된다. 경찰의 요청에 따라 경찰관서에 따라가 목격자로서 참고인 진술을 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경찰이 현장에 오기 전에 A가 B의 휴대폰을 압수해 둘 수 있느냐 문제다. 현행범 체포를 한 사람이 수사기관이냐 아니면 일반 사인이냐에 따라 결론이 다르다. 수사기관은 영장 없이도 현행범 체포현장에서 수색과 압수, 검증을 할 수 있으니(216조 1항) B의 휴대폰을 빼앗아 불법촬영 영상이 있는지를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사인인 경우에는 이런 압수와 검증을 허용하는 규정이 없다.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이므로 A로서는 B의 휴대폰에 함부로 손을 댈 수는 없다고 봐야 하리라. B가 휴대폰을 파손하려고 하거나 지하철 선로 내로 던져버리려고 하는 등 증거 인멸을 하려고 하는 경우에 이를 저지하는 정도라면 허용되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결론이다. A는 B를 힘으로 제압하여 체포할 수 있다. 체포는 B가 달아나는 것을 막는 것도 포함된다. 되도록이면 체포 과정에 큰 소리로 B가 앞에 선 여성의 치부를 촬영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고 가급적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함께 체포행위에 나가는 게 좋겠다. 불법체포 시비를 없애기 위한 조치가 된다. 즉시 112에 신고하여 출동한 경찰에게 B를 인도하는 것으로 현행범 체포 절차는 종료된다. 범죄의 목격자로서 참고인 진술이 따를 수 있다. 범죄의 수단이자 그 증거물이기도 한 휴대폰의 경우 함부로 빼앗아 두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퇴근길 피곤함을 무릎쓰고 민주 시민으로서 역할을 다한 A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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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6/12 [07:30]  최종편집: ⓒ 정책평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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