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 전전하는 좀도둑 된 ‘대도’ 조세형, 어떻게 잡혔나

김동수 | 기사입력 2019/06/12 [07:32]

여관 전전하는 좀도둑 된 ‘대도’ 조세형, 어떻게 잡혔나

김동수 | 입력 : 2019/06/12 [07:32]

 

중앙일보

2005년 절도 혐의로 체포되어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경찰서에서 조사받는 조세형씨.

 


지난 1일 오후 9시쯤 서울 광진구 한 다세대주택 1층에 도둑이 들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도둑은 1층 방범창을 뜯고 침입해 현금을 훔쳐 달아났다. 피해자가 잃어버렸다고 신고한 금액은 몇만원이었다.

신고를 받은 광진경찰서는 도둑이 범행 현장에서 나오는 폐쇄회로(CC)TV부터 시작해 이동했을 만한 거리의 CCTV 추적을 거듭했다. 경찰은 5일 만에 범인이 거주하는 것으로 예상하는 건물로 들어가는 화면을 확보했다. 잠복 끝에 서울 동대문구의 한 집에서 지난 7일 도둑을 검거했다.

도둑의 정체는 1970~80년대 ‘대도(大盜)’로 불리던 조세형(81)씨였다. 범행 금액이 많지는 않았지만 조씨는 검거 이틀 만인 9일 바로 구속됐다. “상습범인 데다 누범 기간에 범행을 저질러 재범 위험성이 농후하고, 거주지가 없어 도주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구속됐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조씨가 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건 이번이 16번째로, 2015년 용산의 고급 빌라에서 명품 시계와 반지 등 금품을 훔쳐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출소한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여관을 전전하며 생활하고 있다. 구속된 곳도 자신의 집이 아닌 지인의 집으로 밝혀졌다.

조씨는 “길에다 훔친 물품을 버렸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지역에서도 조씨가 한 것으로 추정되는 절도 사건이 있어 훔친 금액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조씨는 1970~80년대 부유층 저택만을 골라 털어 훔친 돈의 일부를 노숙자 등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줘 ‘현대판 홍길동’으로 불렸다. 1982년 체포된 조씨는 이듬해 4월 결심공판을 마치고 구치소로 이감되기 직전 수갑을 풀고 달아나며 더욱 유명해졌다. 탈주 5일 만에 붙잡힌 조씨는 청송교도소 독방에서 15년을 보냈다.

1998년 출소한 조씨는 종교인으로 변신해 선교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크리스천 조세형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인터뷰를 한 그는 절도에 대한 전문성을 살려 한 경비업체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그러나 2001년 조씨는 일본 도쿄에서 절도를 벌이다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2005년에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치과의사 집에서 물건을 훔치다 적발됐고, 2010년 장물알선으로 잡혀 징역 2년을 복역했다. 2013년에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빌라에 침입해 롤렉스 시계와 금반지 등을 훔쳐 현장에서 붙잡혔다. 그는 당시 “전처가 새 출발 하라고 준 3000만원으로 선교사무실을 차리려다 무속인한테 사기를 당했고, 사무실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커 나도 모르게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2015년 9월 14번째 수감 생활을 마친지 5개월 만에 재차 남의 물건에 손을 대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출소한 조씨는 80대에 16번째로 구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CCTV 추적 노하우를 통해 6일 만에 조씨를 잡을 수 있었다”며 “나머지 범행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지만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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