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다가오자.. 표심 결집·민심 역풍 사이 '악마의 줄타기'

국민정책평가신문 | 기사입력 2019/06/15 [17:43]

총선 다가오자.. 표심 결집·민심 역풍 사이 '악마의 줄타기'

국민정책평가신문 | 입력 : 2019/06/15 [17:43]

 막말과 독설의 정치학 / 김순례·이종명 의원 '5·18 망언' 기점 / 세월호·文대통령 등 관련 막말 도마 위 / 한국당, 최근 논란에 '막말 정당' 오명 / 민주·정의당도 비난서 자유롭지 못해 / 거대 양당 체제서 극단 카르텔 심화 / 진영 논리 묻혀 발언 조절 감각 상실 / 갈등의 일상화 '혐오·증오 정치' 유발 / 막말땐 공천 배제 등 실질적 대책 시급

 
상대방뿐 아니라 국민들의 가슴까지 후벼파는 막말과 독설이 여의도를 강타하고 있다. 최근 정치인들의 잇단 막말이 사회적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정치인에게 막말과 독설은 ‘양날의 검’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인지도를 높이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반짝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결국 선거 국면에선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하는 아킬레스건이 되기도 해서다. 지지율 상승과 역풍 사이에서 ‘악마의 줄타기’를 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혐오와 적대, 갈등의 정치를 사회 전반으로 일상화하는 더 큰 부작용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양당 지도부의 ‘막말 경쟁’

최근 정치권의 막말과 독설은 자유한국당 김순례·이종명 의원의 ‘5·18 망언’ 논란이 기점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김 의원은 5·18 유공자를 ‘세금 축내는 괴물집단’이라고 말해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이후 한국당 일부 극우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2·27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당당히 선출돼서다. 중앙당으로부터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솜방망이 처분을 받았을 뿐이었다. 최고위원직 박탈 여부에 대한 결정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세월호 5주기에는 같은 당 정진석 의원과 차명진 전 의원의 막말이 파문을 키웠다. 차 전 의원은 세월호 유족들에 대해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 먹고, 찜 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징하게 해 처먹는다”고 한 데 이어 지난 6일에도 “문재인은 빨갱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엔 한국당 지도부까지 막말 논란 대열에 가세하는 형국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11일 일부 극우 네티즌이 문 대통령 지지자를 속되게 지칭하는 ‘달창’이라는 말을 썼다가 뭇매를 맞고 바로 사과했고,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도자로서 문 대통령보다 더 나은 면이 있다”는 발언으로 당내에서조차 비판받아야 했다. 민경욱 당 대변인도 지난 1일 페이스북에서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를 두고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고 썼다가 “국민적 슬픔을 정쟁거리로 삼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막말 정당’이란 이름은 대체로 한국당의 몫이 됐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도 막말 논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4월 ‘도둑놈들한테 이 국회를 맡길 수 있겠냐’며 한국당을 ‘도둑놈’으로 표현했고, 우상호 의원도 한국당 나 원내대표를 향해 ‘지금 좀 미친 거 같다’고 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한국당을 향해 ‘유아틱하다’고 말했고 한국당 황 대표를 겨냥해서는 ‘막말 회사 오너’라고 세게 발언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황 대표를 ‘사이코패스’라고 비판했다.
◆이쪽이냐, 저쪽이냐… ‘양극단 프레임’ 강화

정치인들의 잇단 막말과 독설은 혐오와 적대, 증오의 정치를 유발시키는 측면이 강하다. 가뜩이나 민주당과 한국당으로 갈라진 거대 양당 정당 프레임에서 양극단 카르텔 체제를 더욱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의 선택 폭은 자연스레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막말 열풍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중도층이 점점 없어지면서 양자택일을 강요하다시피 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는 정치인들이 자기 진영에 충실한 발언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 강박관념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진영논리에 묻혀 자기 진영만 생각하게 되다 보니 발언의 강도를 조절하는 감각이 상실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당의 경우 지도부가 이를 촉발한 측면도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 교수는 “황 대표가 ‘좌파독재, 좌파사회주의’ 발언을 부단히도 했는데 암묵적으로 막말을 유발한 점이 있다고 본다”며 “중도 유권자들은 이런 막말을 보고 당에 등을 돌리게 되기 때문에 외연 확장이라는 측면에서는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패스트트랙 정국 등으로 악화된 여야의 감정적인 대립도 잇단 막말의 원인으로 꼽는다.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당이 내놓는 정치 메시지는 국민을 향해야 하는데 감정을 섞어서 자꾸 상대방을 겨냥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진 전 장관은 그러면서 “야당은 사실 가진 게 없으니 여당을 상대로 비판하고 견제하는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며 “이와 달리 여당은 국민을 상대로 포용하고 인내하는 정치를 해야 하는데 야당을 상대로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막말 근절 위해선 공천에 반영해야”

전문가들은 사회 통념에 반하는 정치권의 막말과 독설을 줄이기 위해선 막말과 독설 행위를 공천에 반영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막말을 하면 정치생명에 지장을 받는다는 학습효과가 현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 교수는 “당에서 막말들을 공천에 반영하는 제도가 부족하다. 현재는 막말을 할 수 있는 구조”라면서 “막말을 할 수 없게끔 불이익을 받게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당 신정치특위 신상진 위원장은 최근 막말 의원에 대한 공천 점수 감점이나 배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향후 한국당 공천 기준의 잣대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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