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윤석열, 경쟁하듯 검찰 개혁… 협의·조율은 ‘생략’

김동수 | 기사입력 2019/10/09 [08:31]

조국·윤석열, 경쟁하듯 검찰 개혁… 협의·조율은 ‘생략’

김동수 | 입력 : 2019/10/09 [08:31]

 

법무부·검찰 주도권 경쟁 / “야간수사 폐지” “셀프감찰 폐지” / 앞다퉈 발표… 말잔치 전락 우려 / 국세청·경찰청 모두 본청 감찰 / 檢 내부 “수사 독립성 훼손” 반발 / 개혁 최대 수혜 ‘조국 일가’ 논란 / 曺·尹, 여론 수렴 한차례도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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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감찰권을 갖겠다는 것은 (검찰)개혁을 빙자한 조국 수사검사들에 대한 경고일 뿐이다. ”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법무부가 검찰개혁의 칼을 빼 들고 나선 데 대해 검찰 안팎에서 수사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장관 가족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팀 소속 검사와 지휘부가 인사권을 쥔 법무부의 힘에 눌려 수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장관이 8일 발표한 검찰개혁 청사진에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강조한 검찰 운영 방안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는 검찰에 대한 법무부 감찰 강화 및 실질화, 검찰에 대한 법무부 행정사무감사의 실질화, 비위 검사의 의원면직 제한이 들어가 있다. 이 중 법무부의 검찰의 자체적인 감찰권을 회수키로 한 데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비판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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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장관이 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검찰 개혁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조 장관의 검찰개혁안은 전날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권 실질화 방안을 심의·의결하고 법무부 훈령 등에 있는 관련 규정을 즉시 삭제하라고 권고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법무부 훈령인 감찰규정 제5조는 검찰청 소속 공무원의 비위 조사와 수사사무 감사에 대해 “검찰의 자체 감찰 후 2차적으로 감찰을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우리의 김 변호사는 “감찰은 같은 조직 내부에서 하는게 원칙”이라며 “법무부장관이 검사를 개별적으로 지휘하지 못하게 검찰청법을 만든 이유가 검사의 정치적 중립을 지켜주기 위함인데 검찰을 법무부가 하는 것을 개혁이라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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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부에서도 이 같은 법무부의 감찰권 강화로 인해 검찰의 독립적인 수사가 방해받을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 검찰 간부는 “이는 명백한 수사 관여이자 수사 개입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별사건은 총장에게만 지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세청과 경찰청 모두 1차 감찰권을 본청이 갖고 있다”며 “법무부 감찰은 누가 하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조 장관 일가의 여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수사팀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많다. 검찰 관계자는 “자신에 대한 감찰권을 행사하는 법무부 장관을 어떻게 수사검사가 제대로 수사할 수 있느냐”며 “검찰의 감찰권이 부족한 부분은 개선으로 채워야 하지, 이런 식으로 검찰권 자체를 뺏어가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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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검찰에 세 번째 소환돼 조사를 받은 8일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조 장관은 이날 발표에서 인권 존중과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내걸었지만 시점상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검찰 소환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 나온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개혁의 최대 수혜자가 조 장관 가족이라는 점에서다.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검찰개혁을 추진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재직 당시와는 180도 다른 언행을 놓고도 쓴소리가 터져 나온다. 조 장관은 민정수석 시절 국정농단 수사 등에 대해 검찰의 특별수사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안도 특별수사를 건드리지 않았다. 되레 형사부 업무와 직결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없애는 쪽으로 검경 수사권을 조정했다. 조 장관이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내놓으면서 “이미 검찰이 잘하고 있는 특별수사 등에 한해 검찰의 직접수사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부패범죄 수사를 그대로 검찰에 맡겼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당시 검찰의 특별수사를 축소해야 한다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힌 이후의 일이다. 문 총장 당시 검찰은 자체 개혁의 하나로 형사공판부 강화와 특수부 축소 방침을 세웠고, 문 전 총장은 전국 검찰청 특별수사 부서 43개를 폐지하고 1만4000여건에 달하던 검찰 자체 발굴 사건도 지난해 기준 8000여건으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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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무부와 검찰이 경쟁하듯 검찰개혁안을 내놓고 있으나 각계의 의견 수렴 절차를 생략한 채 설익은 내용을 쏟아내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지난 3일 검찰은 정 교수에 대해 첫 조사를 하면서 포토라인이 아닌 지하주차장을 통해 정 교수를 불러 특혜 논란이 일자 다음 날 돌연 공개소환 전면 폐지를 내놨는데, 이를 놓고 국민의 알권리가 지나치게 침해받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무부와 검찰은 최근 며칠 사이 공개소환 폐지 등 개혁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언론계와 시민단체, 법조계 등 각계의 공개적인 의견 수렴은 단 한 차례도 거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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