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한테 돌려줘야 할 약가 차액을 운영비로 쓴 희귀의약품센터

서정태 기자 | 기사입력 2019/10/21 [09:10]

환자한테 돌려줘야 할 약가 차액을 운영비로 쓴 희귀의약품센터

서정태 기자 | 입력 : 2019/10/21 [09:10]

 

라포르시안


[라포르시안]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현행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도를 위반하고, 실제 구입가보다 높게 보험약가를 청구하고 그 차액을 기관 운영비로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에게 희귀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설립된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대한 운영비 지원 예산이 크게 부족한 탓에 이런 식의 불법을 관행적으로 이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약값 부담이 커졌고, 건강보험 재정 낭비도 발생했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식약처 산하기관인 희귀.필수의약품센터로부터 받은 '의약품 수익 발생 품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2014~2018년) 동안 센터에서 환자들의 약품 구입비로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청구한 금액은 438억 7,700만 원이었으나 실제 의약품 구입비는 373억 6,700만 원으로 약 65억1,000만원의 약가 차액이 발생했다.

센터는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희귀의약품 등을 환자들을 대신해 해외에서 수입.공급하는 과정에서 많게는 매년 19억 7,000만 원을, 적게는 8억 7,000만 원 이상 약가 차액을 수익으로 남겼다. 이 약가차액은 환자들에게 반환해야 하지만 센터는 그렇게 하지 않고 기관 운영비로 활용했다.

현재 보험약가와 실제 구매한 약가의 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약가재조정을 신청해 실제 거래가에 맞추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센터에서는 보험약가 재조정 신청을 하지 않고 낮은 가격에 구입한 약을 높게 책정된 보험약가 그대로 공단에 청구했다.

인재근 의원은 "센터는 오랜 기간 동안 부당하게 생겨난 보험약가 차액을 기금으로 적립하여 기관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었다"며 "이는 국가가 희귀난치질환자들에게 희귀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여 환자의 치료 기회를 보장하고자 하는 기본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더는 묵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비영리 공익법인인 센터에서 이처럼 부당하게 발생한 약가 차액을 기관 운영비로 사용해온 것은 기관 운영 예산을 국고에서 전액 지원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센터 운영비의 국고 보조율은 평균 37%에 불과했다.

인 의원은 "이 같은 상황은 최근까지 드러나지 않고 있다가 지난해부터 센터 내부에서 문제제기가 있어 왔고 여러 차례 식약처에 문제제기를 했으나 시정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며 "센터는 과거와 같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수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급히 심평원과 약가 재조정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식약처는 센터가 희귀의약품과 국가필수의약품 관리에 대한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운영비 등을 국가예산으로 전액 지원해 어려운 희귀질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절감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1일 성명을 내고 "기획재정부는 환자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으로 희귀필수의약품센터의 운영비를 마련하는 악순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센터가 환자들을 대신해 희귀의약품 구매대행을 하는 과정에서 약가차액.환율차액 등이 자주 발생한다. 차액으로 발생한 수익금은 당연히 비용 지불자인 해당 환자들에게 반환돼야 한다"며 "하지만 센터는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이러한 수익금을 운영비로 사용해 왔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가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는 사이 희귀질환자들의 비용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 낭비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주무관청인 식약처는 이러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기획재정부에서 센터의 운영비를 최근 5년간 평균 37%만 지원한 사실을 고려해 묵인해 왔었다. 기재부가 운영비 지원에 소극적인 이유는 센터는 약가차액.환율차액 등의 수익창출 방법이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운영비 자체 조달이 가능하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라며 "기재부는 환자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으로 희귀필수의약품센터의 운영비를 마련하는 악순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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