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공식 깬 "생리는 원래 빨갛다".. 생리대 광고

오은서 | 기사입력 2020/05/29 [10:31]

오랜 공식 깬 "생리는 원래 빨갛다".. 생리대 광고

오은서 | 입력 : 2020/05/29 [10:31]

 5월 28일은 ‘세계 월경의 날’

5월 28일은 ‘세계 월경의 날’이다. 2014년 독일에서 생리가 5일간 지속되고 28일 주기로 돌아오는 것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여성들이 당당하고 건강하게 생리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다. 생리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숨겨야하고 불결한 것으로 터부시됐다. 그런데 최근 생리를 현실적으로 묘사한 생리대 광고가 등장하며 우리의 인식을 바꾸는 데 일조하고 있다.'

  © 국민정책평가신문

■아프고 신경질 나는 것, 그게 생리야

흰 옷을 입은 여성과 피를 대신해 생리대에 흡수되는 파란 용액. 그동안 생리대광고의 공식처럼 사용됐다. 생리를 ‘그날’ ‘마법’ 등으로 에둘러 표현하는 것도 당연했다. 또 산뜻함, 편안함만을 강조하는 광고는 실제 생리를 하는 여성들의 고통과 거리가 멀었다.

2018년 나트라케어 광고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리를 언급했다. 광고는 “그 날이 도대체 뭔데?”라고 묻는다. 생리를 말하는 것조차 금기시하며 ‘그날’이라고 말하던 우리 사회에 물음을 던진 것이다. 또 “아프고 신경질 나는 것,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것, 잘 때도 불안한 것, 그것이 생리”라고 말한다.

광고가 게시된 유튜브 채널에는 “여자는 생리 중에도 맑고 깨끗하다는 환상으로만 가득 찬 광고를 보다가 이 광고를 보니 속이 시원하다” “공감되는 묘사에 위로받은 느낌이다”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생리는 원래 빨갛다

이후 생리를 왜곡하는 대신 현실적으로 연출한 광고들이 이어졌다. 지난해 유한킴벌리는 ‘화이트’ 광고에서 처음으로 푸른 용액이 아닌 빨간색으로 생리혈을 연출했다. 1995년 생리대 출시 이후 처음이었다. 또 생리를 ‘대규모 자궁리모델링’ ‘대환장 생리파티’ 등 직설적으로 표현하며 공감을 이끌어냈다.


여성용품브랜드 라엘도 광고에서 생리대에 흡수되는 빨간 피를 가감 없이 연출했다. 나아가 피가 묻은 생리대를 비틀며 여성이 생리 중 느끼는 불편함을 그대로 묘사했다. 광고 속 모델은 유명연예인이 아닌 다문화가정의 모녀, 외국인 학생, 숏컷을 한 여성 등 다양한 여성이다. 생리는 누구에게나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라엘 이채린 마케팅매니저는 “일부 남성이나 어린 친구들이 기존 생리대광고를 보고 생리가 진짜 파란색인 줄 알았다는 얘기가 충격적이었다”며 “아직까지 사회에 만연한 생리의 터부를 깨고자 생리혈이 그대로 나오는 광고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생리는 여성건강의 지표

하지만 우리의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라엘이 광고를 선보인 후 가임기여성 1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성생리인식조사결과 대다수 여성이 우리 사회가 생리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에 동의했다.

‘생리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인식 되느냐’는 질문에 ▲불편한 것(29%) ▲부끄러운 것(19.2%) ▲귀찮은 것(14.9%) 순으로 답했다. 생리를 감춰야한다는 사회의 분위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83.2%로 나타나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김탁 교수는 “생리를 불결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은 깨끗한 피”라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피에 자궁내막조직, 자궁경부점액, 질분비물이 섞인 것으로 전혀 더러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생리는 진정한 여성이 됐다는 몸의 신호”라며 “생리를 건강한 여성의 지표로 간주하는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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