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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도 아니고 술도 안 마시는데..지방간이라고?
 
이순표   기사입력  2020/06/03 [08:16]

 35세 직장여성 A씨는 건강검진 결과 지방간이라는 진단이 나와 당황스러웠다. 술을 마시지 않는데다 평균 체중이라서다.

A씨처럼 술을 마시지 않거나 간에 무리가 가지 않을 만큼(하루 남자 20g=소주 2잔, 여자 10g=맥주 1잔 이하) 마시고 그리 비만하지 않은데도 지방간인 경우가 많다. 지방간의 80%를 차지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인데 복부지방, 즉 내장지방이 주된 원인이다.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등이 주요 원인이다. 술이 지방간의 주된 원인일 것이라는 상식과 달리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생긴다.

 

◇‘비알코올성’ 건보 진료인원 2015~2019년 251% ↑

지방간은 지방이 간 전체 무게의 5%를 초과한 상태를 말한다.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2015~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알코올성 지방간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사람은 6.5% 감소(3만3,463명→ 3만1,283명)한 반면 비알콜성 지방간 진료인원은 251% 증가(2만8,368명→ 9만9,616명)했다. 진료인원 중 남성의 비중은 59.1%에서 58.4%로 소폭 감소했다.

비알콜성 지방간을 일으키는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신체의 다른 부위로부터 잉여 지방이 간으로 운반되거나, 간내 지방대사 과정에 장애가 생겨 중성지방이 간에 쌓이면서 발생한다. 단순히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었다고 지방간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간 내 침착만 일어나는 단순 지방간이지만 일부에서는 간세포가 괴사돼 염증이 동반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간내 지방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질환으로는 비만·당뇨·고지혈증이 대표적이다.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동양인은 23㎏/㎡ 이하, 서양인은 25㎏/㎡ 이하로 정상인데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인 사람은 전체 인구의 10~30%에 이른다. 국내 유병률은 12.6% 수준이다. 2007~2008년 건강검진을 받은 2,017명을 4년간 추적관찰했더니 내장지방량이 증가할수록 비알콜성 지방간 위험이 2.2배까지 높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있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김형준 교수는 “비알콜성 지방간염 환자의 10~15%는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고 연관질환인 비만·당뇨·고지혈증이 향후 심근경색·뇌졸중 같은 순환기계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지방간을 가진 사람은 대부분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일부에선 피로감, 전신 권태감, 오른쪽 상복부의 불편감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대개 다른 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했거나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된다.

김형준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지방간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앙대병원

 

◇안 먹고 살 빼려다 지방간염·담석증 부를 수도

비만·당뇨·고지혈증을 가진 사람이 혈액검사에서 간 기능이상 소견을 보이면 우선 지방간을 의심해볼 수 있다. 지방간은 복부초음파 검사에서 지방이 침착된 간의 모습을 통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기도 한다. 단순 지방간과 향후 간경화로 진행할 수 있는 지방간염을 감별하려면 간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

현재 지방간을 치료하는 약물은 없다. 따라서 식이요법, 운동,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체중과 복부지방을 줄이고 비만·고지혈증·당뇨병 등을 교정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금식 등을 통한 급격한 체중감소는 내장지방에서 간으로의 급격한 지방산 이동을 초래해 오히려 급성 지방간염, 담석증, 간부전까지 초래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체중감량 속도는 일주일에 0.5~1㎏ 정도가 적당하다”며 “현재 체중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열량에서 500~1,000㎉가 적은 식이요법으로 체중감량을 시작하는 게 좋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식이요법은 총열량을 제한하고 지방질 섭취를 전체 열량의 30% 이내로 하며 고기류·유제품 같은 동물성 식품에 많이 들어 있는 포화지방산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조수현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알콜성 지방간 환자는 체중보다 내장지방을 줄이는 게 중요하므로 체내에서 지방으로 쉽게 바뀌는 탄수화물이 많이 든 쌀밥·떡·빵 등 섭취를 줄이고, 고등어·삼치 등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포함된 식품을 충분히 섭취해 중성지방 농도와 혈당, 간 수치를 낮추는 게 좋다”고 했다. 이어 “식이요법과 더불어 매일 30분 정도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유산소운동과 저항성 운동을 병행하면 인슐린 민감성 개선에 도움이 된다”며 “정기적이고 꾸준한 운동습관과 적절한 식이요법으로 체중을 5% 이상 줄이면 간 수치가 호전되고 10%가량 줄이면 지방간이 개선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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