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여성의 보호자' 자처에 해리스 "낙태시 처벌해야 한다고 한 사람"
다음달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른바 '쓰레기' 발언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한 가운데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성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난 여성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쟁점화를 시도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이번 대선을 사실상 '낙태권 대 반(反)낙태권' 구도로 짜면서 여성 유권자로부터는 상대적으로 더 높은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성의 의사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이를 바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해리스 부통령측 인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그 주변에 '강하고 지적인 여성이 있었던 적이 없다'고 말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측이 자신의 지지자에 대한 비하 발언이라면서 반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위스콘신주의 그린베이 유세에서 불법 이민자에 의한 성폭력 등 강력 범죄 문제를 거론하면서 자신은 여성을 보호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자기 스태프들이 '여성 보호' 등과 같은 표현이 부적절하다면서 사용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고 거론한 뒤 "나는 '아니다. 나는 이 나라의 여성들을 보호할 것이다. 나는 여성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whether the women like it or not)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9월말에도 여성 유권자에게 "여러분은 더이상 방기되거나 외롭거나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라면서 "여러분은 보호받게 될 것이며 저는 여러분의 보호자(protector)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시 보수 연방 대법관 3명을 임명하면서 연방 대법원을 보수 우위로 재편했으며 그 결과 연방 차원의 낙태권을 인정했던 판결이 폐기됐다. 그 결과로 20여개 주에서 낙태를 사실상 완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법이 시행됐으며 '자유'를 선거 슬로건으로 내세운 해리스 부통령은 이를 토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해왔다. 성추행 및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여성 작가에게 거액을 보상하라는 판결을 받기도 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남성에 비해 여성의 지지가 상대적으로 약세인 상황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도 오전 유세를 위해 남부 지역으로 이동하기 전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좋아하든 싫어하든 여성을 보호하겠다'고 한 언급을 거론하면서 "그것은 여성의 주체성, 권위, 권리, 자기 몸을 포함해 삶에 대해 스스로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모욕적(offensive)"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성과 여성의 주체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최신 사례에 불과하다"면서 "그는 현재 미국 여성의 3분의 1일이 '트럼프 낙태금지'가 시행되는 주에 살게 된 상황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내 경쟁자가 여성의 생식권을 위해 싸우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강하게 보여주는 징후를 계속 보고 있다"면서 '그는 여성이 자신의 삶과 몸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유와 지성을 우선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오후 경합주 애리조나의 피닉스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트럼프가 어제 뭐라고 했는지 들었느냐"고 물은 뒤 "그는 '여성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가 원하는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면서 "이 사람은 그들의 (낙태) 선택으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던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그가 당선된다면 그는 전국적으로 낙태를 금지할 것이며 피임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시험관 시술(IVF)도 위험에 처할 것임이 분명하다"면서 "우리는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여러분은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해리스 부통령측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억만장자 기업인 마크 큐반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이날 NBC 방송에서 "트럼프가 강하고 지적인 여성과 함께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을 것"이라면서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트럼프에게 위협적이며 트럼프는 그들에게 도전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선 캠프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여성들이 '약하고 멍청하다'는 것을 암시했다"면서 비판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여성인 수지 와일즈 대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은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이번 선거를 이끌게 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국민정책평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관련기사목록
|
인기기사
|